검찰 인사를 두고 정국이 또 한 차례 홍역을 앓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일 오후 7시30분쯤 대통령 재가를 받아 검찰 간부 인사를 전격 발표했다. 이에 총 32명의 검사장 간부 승진 및 전보 인사가 결정되면서 여야가 충돌했고, 청와대와 이낙연총리까지 가세돼 정국이 또 한번의 혼탁한 공방에 휩싸이고 있다.
여야의 반응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우선 자유한국당은 숙청, 보복인사, 검찰들에 대한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친문 유일 체제 완성을 위한 검찰 무력화"라며 "문 정권의 무도한 권한남용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검찰청법 34조를 들어 “이번 인사가 장관이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제청하도록 한 검찰청법을 묵살한 불법"이라며 검찰총장의 의견을 묵살하고 강행한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해 검찰 업무집행 방해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검찰총장이 '제3의 장소로 인사의 구체적 안을 가지고 오라'고 법령에 있을 수 없고 관례에도 없는 요구를 했다"며 한국당의 지적에 반박했다. 추 장관은 이날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며 윤석렬 총장에 대해 사실상의 항명을 주장하며 강하게 맞섰다.
또한 추 장관은 이번 인사에 대해 "지역 안배와 기수 안배를 했다"며 "가장 형평성 있고 균형 있는 인사라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여당인 민주당 또한 인사 절차와 내용에 문제가 없다면서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라며 추 장관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형사 공판부 검사를 중용해 특정 인맥에 치중됐던 것을 균형 잡은 인사로 평가"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원내대표는 "어제 인사과정에서 검찰이 보여준 모습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검찰총장이 인사에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인사수립 제청은 법무장관의 고유 권한"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검찰 인사와 관련한 일련의 논란에 대해 "인사 과정에서 검찰청법이 정한 법무부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리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으로부터 검찰 인사 관련 상황을 유선으로 보고 받고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나서 “장관이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원만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갖고 있다”며 윤 총장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윤총장에 대한 불신임 같은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중도진영에서는 민주당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9일 "추 장관의 검찰개혁 의지는 이해하지만 무리한 절차적 문제로 검찰 장악 의도로 읽힐 수 있다"며 법무부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이번 인사가 검찰개혁을 위한 인사인지 검찰 장악을 위한 인사인지는 현재 권력과 관련된 수사가 계속 공정하게 이어질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면서 이번 검찰인사에 대해 “표적 과잉 수사로 논란을 빚은 수사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고 사실 상 한나라당의 입장에 서는 발표를 냈다.
또한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은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민주당과 '협의체'를 통해 패스트트랙 정국을 돌파하고 있는 동맹관계를 맺은 사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오전 창준위 회의에서 "참으로 창피하고 낯뜨거운 인사"라 비판하면서, “이번 인사가 결국 자신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청와대를 꼬집었다.
대안신당 역시 최경환 대변인 논평에서 "법에 정해진 요건에 따라 충실한 절차를 밟았는지 의문"이라며 "만일 청와대와 권력의 '검찰 길들이기', '검찰 기강 세우기 의도'가 개입됐다면 큰일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바른미래당도 강신업 대변인 논평을 통해 "청와대발(發)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공공수사 부장 등 소위 '윤석열 사단'을 멀리 부산·제주도 등 지방으로 발령내 승진·전보를 가장한 '윤석열 사단 해체', '찍어내기 인사'"라며 "앞으로 정권 비리를 수사하거나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는 검사는 결코 가만두지 않겠다는 검찰 협박용 인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윤석열 총장이 이번 검찰인사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수사 의지를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검찰 인사가 향후 검찰개혁을 비롯하여 조국 전 장관 및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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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백승원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