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부지 남측 시설 철거 지시.
김정은이 남측에 대한 갑작스런 반감을 드러내 그 의도파악에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찾아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싹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시하는 모습이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일제히 보도됐다.
여기서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금강산관광을 추진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까지 거론하면서 '대남의존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노동신문은 1면을 통해 김 위원장이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면서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에서 금강산관광지구의 부지를 망탕 떼여주고 문화관광지에 대한 관리를 외면하여 경관에 손해를 준데 대하여 엄하게 지적하시였다”고 전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이미 고인이 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합의해 1998년 11월 시작된 남북협력의 대표적인 상징 사업이다.
본 합의에 의해 금강산 관광사업은 현대아산이 50년 독점사업권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그에 따른 남북갈등으로 남쪽 시설의 몰수와 동결을 선언한 바 있다.
정부는 일단 대외적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김 위원장의 금강산 시설 철거 발언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날 보도에 대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악화일로인 남북관계가 중대 고비에 들어섰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면서 김정은 특유의 거래 방식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의 금강산관광지구 현지지도에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장금철 통일전선부장과 대미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이번 지시에 대남·대미 전략에 대한 고려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지구 남쪽 시설을 철거를 언급하면서도 “남측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라고 단서를 달았다. 당장은 일방적으로 철거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대남 압박과 적극적 행동을 유도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 남북이 협의에 나설 경우, 북미협상에 보다 가시적인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김 위원장 발언 후 미국을 향해 북미합의의 적극적 요구를 내포하는 발언을 이었다. 24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담화에서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년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미협상에 남한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압박하면서 미국과의 최대한 긍정적 협상결과를 도출하고자 하는 일종의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금번 금강산시설 문제의 논의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때 남북관계가 전혀 다른 파국의 행로에 접어들 위험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통일부는 북한의 의도를 파악중이며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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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백승원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