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의 일환인 공수처 설치와 관련하여 여야는 극명한 이견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이 함께 묶여있는 패스트트랙 사법개혁안 중 공수처법을 분리해 우선 협상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검찰개혁과 관련해 가장 핵심적인 것은 공수처 설치 관련 사항"이라며 "공수처 설치법 처리에 최우선으로 당력을 집중하자고 특위에서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한 이인영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수처가 현재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야당과의 협상에서 이를 가장 먼저 논의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속에 얽혀 있는 공수처법을 가장 먼저 테이블에 올려 처리 방향을 정하고,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선거제 개혁안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협상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될 경우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사법개혁안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에 대한 별도 기간이 필요하지 않기에 이달 29일이면 본회의 상정과 표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제 개혁안은 일정상 다음 달 말이 돼야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박 원내대변인은 "10월 29일 이후에는 공수처법 처리를 강력히 진행하는 것이 민의에 맞는 대응"이라며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선거법 개정안은 합의가 필요하기에 최우선적으로 하기에는 그렇고 시간을 좀 둬야 한다"고 말했다.
.
민주당은 이날 회의에서 정한 공수처법 우선협상 방침을 21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 23일 '3+3' 회동에서 야당에 공식 제안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거센 반발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당의 핵심은 공수처법이 문재인 정부와 야당의 특별 방어막인 반면 야당을 탄압하고 제거하려는 수단이란 주장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국 부활과 함께 문재인 정권의 비리를 덮기 위한 것"라며 "우선 협상은 결국 우선 처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여당이 드디어 속내를 드러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나 원내대표는 "검찰보다 더 힘센 공수처를 즉각 만들어 검찰로부터 조국 수사를 공수처로 가져오겠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하의 공수처는 자기네 편 범죄를 감추고 다른 사람들은 없는 죄도 만들어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한국당의 검찰개혁에 대한 핵심 주장은 공수처가 아닌,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 독립성 확보에 있다. 한국당은 원내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해 검찰 인사·예산·감찰 독립을 위한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야 3당인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의 입장도 엇갈리는 데다 대부분 부정적이어서, 한국당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2의 패스트트랙 공조'로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플랜B'의 실현 가능성도 미지수다.
바른미래당은 일단 한나라당의 주장에 힘을 씯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면 공수처 설치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 민주당의 '공수처법 선(先)협상'에 반대한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에 "공수처 선처리는 '권은희 안'으로 하더라도 패스트트랙 합의를 깨고 파기 선언하는 것"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공수처 설치를 먼저 논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지만, 여야 4당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현주 대변인은 통화에서 "민주당의 공수처법 우선협상은 한국당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이라며
"정의당은 여야 4당 공조를 조속히 복원하자는 입장이다. 여야 4당 테이블이 복원되면 그때 협의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평화당은 선거제 개혁안보다 공수처법 등 사법개혁안을 먼저 처리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패스트트랙을 함께 지정한 4당이 모여 과반 통과가 가능한 선거제 개혁안과
사법개혁안을 11월27일까지 합의해야 한다"며 선협상과 선처리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공수처 설치 건으로 또 다시 혼탁해진 국회는 내년 총선에 대한 민심 눈치보기와 더불어 국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복잡한 수싸움으로 당분간 시끄러운 홍역이 계속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치안경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 백승원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