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단계적 비핵화에 따른 보상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결렬 선언

협상 결렬 뒤 미국을 향해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하라”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쯤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북한 대사관 앞에서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스톡홀름 공동취재단)



북한과 미국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7개월 만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북·미 양측은 주말 사이 협상에서 비핵화 방식과 안전보장 및 제재 완화 방안을 모색했으나 접점 마련에 실패했다.
다만 북한이 협상 결렬 뒤 미국을 향해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하라”고 밝히면서 협상 재개 가능성은 열어뒀다. 북한이 더 많은 대가를 얻어내기 위해 ‘계산된 결렬’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 결렬 직후 그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북측 협상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주스웨덴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통해 “협상 결렬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며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 대사는 “이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미국의 반응은 확연하게 달랐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김 대사의 성명 발표 3시간 만에 낸 성명에서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협상장에 가져갔고, 좋은 토론을 했다”며 “북한의 성명은 8시간30분 동안 진행된 논의의 내용과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실무협상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 북·미 관계개선 등에 대한 입장을 제시했으나 간극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미군 유해송환 등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취한 ‘선의의 조치’에 대해 미국이 행동으로 답해야 할 차례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대사는 미국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추가적으로 채택한 대북 제재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실시, 전략자산의 한반도 주변 전개 등을 언급하며 “미국이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공공연히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먼저 행동에 옮긴 조치들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내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단계적 비핵화와 그에 따른 단계적 보상을 요구했으나 미측으로부터 ‘빈손’ 수준의 답변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최종적인 비핵화 상태를 포함한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에 우선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ICBM과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일괄 폐기 약속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포괄적 비핵화 합의를 전제로 연락사무소 설치와 같은 안전보장 방안과 섬유·석탄 수출제재 유예 등 일부 제재 완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언급됐던 영변 핵시설 폐기 방안도 제대로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비핵화 협상 상황이 1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양측은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놨다. 미국은 스웨덴 정부가 2주 후 협상 재개를 제안했으며, 이를 수용했다는 사실을 협상 결렬 뒤 이례적으로 밝혔다. 김 대사도 협상을 전면 중단한다고는 하지 않으면서 미국에 연말까지 새로운 방안을 숙고할 것을 권고했다.


<김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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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검찰 / 박진균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