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수요조사·예타 개선책 시급
국토교통부가 총공사비 40조원에 달하는 26개 철도 노선에 대한 여객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측 대비 실제 수요가 10%대에 불과한 노선도 4개나 됐다. 엉터리 수요조사로 적자가 예상되는 신규 노선을 만드는 등 예비타당성 조사의 신뢰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철도건설공사 사후평가 시행 현황’에 따르면 예타 대비 수요 예측 차이가 30%이상 발생한 여객 철도 노선은 총 26개였다. 이들 노선의 공사금액만 39조 5393억원에 달했다.
건설기술진흥법에 보면 예타 대비 수요 차이가 30%이상 발생하면 발주청이 용역사의 과실 여부를 조사해 영업정치 처분 등을 하게 돼 있다.
이번 사후평가는 총 공사비가 300억원 이상 들어간 총 36건의 철도건설 공사를 대상으로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시행했다. 예타조사는 착공 연도 전, 수요 평가기간은 준공 후 5년 이내를 기준으로 했다.
철도시설공단이 용역을 주지 않고 자체 사후평가를 실시해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천안~조치원 전철화와 중부권·영남권·호남권 내륙화물기지인입철도 노선은 제외했다.
노선별로 보면 3217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장항~군산 개량사업’은 예측대비 실제 수요가 11.7%, 2636억원이 투입된 충북선 전철화는 12.3%, 1조3463억원이 투입된 분당선 선릉~수서간 복선전철은 15.5%에 불과했다. 7232억원이 투입된 호남선 복선화는 19.1%였다.
이를 두고 철도 도입의 수혜에 집중해 실제 수요 예측과 장기적인 운영적자에 대한 부담을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의원은 “수억원에서 수조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철도사업의 예비타당성 수요조사가 엉망인 것이 드러났다”며 “철도 분야 등 전반적인 예타제도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이의 구조적 문제가 무분별한 신규 노선 공사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철도 계획 수립과 정책은 국토부가, 건설은 철도시설공단이, 운영은 코레일이 맡게 된다. 조직 유지가 필요한 철도시설공단으로선 국토부가 이미 승인한 노선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건설 비 역시 국가 재정이고, 운영에 따른 적자 피해 역시 건설공단이 아닌 코레일의 책임이 된다.
실제 철도시설공단이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용역사의 과실여부를 조사해 조치한 건은 단 1건도 없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공단이 용역사에 영업정지 처분 등을 내리려면 영업 손실 등의 피해가 있어야 하지 않냐”며 “철도 운영을 코레일이 하다보니 시설공단 입장에선 재산상 손해를 부는 부분이 사실상 없다”고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강 의원은 “철도사업 추진부터 국토부와 공단, 코레일간 밀도있는 협의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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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백승원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