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없는 여야 대치 끝에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밤, 패스트트랙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긴급 상정됐다.
23일 밤 9시 41분 문희상 국회의장이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임시국회 본회의에 전격적으로 상정했다.
당초 선거법 개정안은 26건의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한 후 27번째 안건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를 문의장이 두 건의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한 뒤 후순위에 있던 27항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기습 상정했다.
이에 따라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할 순서에서 갑작스럽게 의사일정 변경 동의건에 대한 표결이 시작됐고 재석 156석 중 153인의 동의로 의사 일정이 변경됐다.
이날 오후 임시국회 개회 전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는 긴 진통 끝에 선거제도 개편 방안에 전격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를 강력 저지하고자 한국당은 예산부수법안 수정안을 제출해 선거제와 검찰개혁 법안 처리를 늦추고자 했고, 이러한 한국당의 의도에 문 의장이 의사일정 변경으로 응수한 것이다.
'4+1 협의체'가 최종 도출한 합의안은 현행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을 유지하되 비례대표 30석까지 50%의 연동률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합의 전 원안은 석패율과 함께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하고 75석 전체에 연동률 50%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종 합의안에서 민주당의 숙원인 석퍠율제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 명부제'를 도입하기로 한 당초의 논의도 백지화했다.
또한 선거 연령은 18세로 변경되고 비례대표 배분 최소 정당득표율 기준은 3%로 합의 됐다.
선거법과 함께 또 하나의 주요 쟁점인 검찰개혁을 위한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수정안'도 합의를 이뤘다.
우선 공수처법 관련, 공수처에는 기소심의위원회를 두지 않는다. 기소심의위는 공수처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 다시 판단을 받도록 하는 기구로 도입을 검토했었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택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했다.
또한 공수처 검사의 요건은 '검사와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10년 이상 경력자로 재판·조사·수사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사람'으로 정했다.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공수처 검사를 선발하는 인사위원회는 공수처장과 차장, 공수처장이 추천하는 외부인사 1명, 국회 추천 4명 등 7명으로 인사위를 구성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선 우선 검찰청법이 정하는 검찰의 직접수사범위를 부패 범죄, 경제 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등으로 했다.
아울러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유지하되,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영장심의위원회를 신설했다.
협의체는 합의문 발표를 통해 "오늘 우리는 선거제도 개혁법과 검찰개혁법의 수정안을 공동으로 발의하며, 합의내용의 최종적 관철을 위해 끝까지 공동 노력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문 의장의 갑작스런 의사일정변경 카드에 국회는 아수라장이 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에 의장석 앞으로 몰려가 거칠게 항의하기 시작했고, 결국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주호영 한국당 의원의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어떻게 해서든 의석 수를 늘려보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천하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 왔다"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설계는 위헌"이라는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주 의원은 이날 4시간 동안 무제한 토론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어 민주당의 역공이 시작됐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필리버스터에 두 번째로 단상에 올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정치 타파하는 선거제도를 만든다면 정권을 내어줘도 좋다고 말했다"며 "그런 마음으로 대통령 취임 한 달만에 여기 이 자리 국회에서 대연정을 제안했다"고 주장하며 한국당의 무제한 토론을 역으로 이용했다.
김 의원은 이어 "노 대통령의 이같은 결단은 링컨이 '남과 북이 통합할 수 있다면 남쪽 전쟁장관을 임명하겠다'는 결단이나 루즈벨트가 '재벌체제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할 수만 있다면 경제 권한을 공화당에 다 주겠다'고 한 말과 같은 맥락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첫 발언자인 주 의원보다 30분 정도 더 오래 발언했다.
한편 25일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끝남과 동시에 무제한 토론이 종료되면 선거법 개정안은 즉시 표결에 부쳐야 한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자동으로 표결에 들어간다.
한국당은 계속 필리버스터로 법안 처리를 막겠다는 반면, 민주당은 '초단기'로 임시국회를 계속 열어 법안을 차례차례 처리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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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백승원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