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출신 늘자 변호사 징계건수도 3.6배↑
# A변호사는 37살의 나이에 뒤늦게 법조인이 됐지만 곧바로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 당장 사무실 유지가 어려워진 A변호사는 2015년 잘못된 유혹에 빠졌다. 지인에게 소개받은 법조 브로커 B씨에게 자신의 변호사 명의를 대여하는 방법으로 2018년 중순까지 사무실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B씨는 A변호사를 대신해 개인회생과 파산면책 사건을 무려 409건이나 처리하고 수임료 4억4,960만원을 챙겼다. A변호사는 그 대가로 B씨로부터 6,300만원을 받았다. B씨를 통해 알게 된 C씨 역시 명의를 대여받아 회생 사건 2건을 맡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아무것도 모르던 의뢰인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A변호사는 결국 해당 범죄로 법원에서 벌금 2,500만원을 선고받았고 2018년 4월 변협으로부터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 수가 폭증하고 법률시장 포화 상태가 이어지면서 변호사들의 일탈 행위도 급증하고 있다. 변호사 수가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의뢰인 보호를 위한 법조계 내부 자성과 징계 강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대한변호사협회가 발간한 변호사 징계사례집 제7집에 따르면 2015~2018년 4년간 대한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가 징계를 결정한 건수는 총 541건에 달했다. 이에 불복해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이 들어온 사건도 14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년보다 급격히 증가한 수준이다. 변호사징계권이 법무부에서 변협으로 완전히 넘어온 지난 1996년 6월 이후 4년치 변호사 징계 건수가 200건을 넘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11~2014년만 하더라도 변협에서 징계를 받은 변호사 수는 총 149명에 불과했다. 단 4년 만에 징계 건수가 3.6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건수가 많아진 만큼 징계혐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브로커에게 명의를 줘 개인회생·파산 업무를 불법으로 맡기고 수수료만 받다가 적발된 변호사는 A변호사뿐만이 아니었다. D변호사의 경우도 개인회생 관련 브로커 10명에게 명의를 나눠주고 210건의 사건을 맡겨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전문 변호사로 등록하지도 않고 ‘전문’을 표방해 영업을 하다 걸린 변호사도 100명이 넘었다. 도산법 전문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E변호사는 2014년부터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까다로운 개인회생절차 전문변호사와 함께하세요’라는 문구를 넣었다가 걸려 ‘정직 8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불성실하게 재판에 임해 징계를 받은 변호사도 많았다. 2014년 분양권 해약 등 사건을 맡은 F변호사는 법원에 답변서도 안 내고 법정에 출석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수임료를 돌려달라는 요구도 묵살했다. 그는 2016년 변협으로부터 결국 ‘과태료 500만원’의 징계 결정을 받았다.
변호사의 비위 행위가 이렇게 늘어나는 것은 2009년 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 수가 폭증하면서 생존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5~2018년 동안 전체 변호사 수는 1만5,952명에서 2만1,573명으로 총 5,621명(35.2%) 늘었지만 그 파급효과는 머릿수를 한참 상회해 징계 건수 증가 분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등록 변호사 수는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이제 3만 명을 넘어섰다. 더욱이 최근 증가한 변호사 가운데는 로스쿨 출신 초년생이 많아 어긋난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찬희 변협회장은 “변호사 수급 구조 실패에 따른 급격한 인적 증가는 단순히 물리적 환경을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극단적인 경쟁과 합리적인 수임 조건을 악화시키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불합리한 각종 자격사 제도 또한 법률서비스 시장을 왜곡시키는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제 막 법조인으로 첫발을 내딛은 초년 변호사들이 불합리한 법조 환경의 변화를 이기지 못한 채 변호사법과 윤리장전을 위반한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며 “‘자기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이란 오해도 있지만 변협은 앞으로도 스스로를 돌아보며 정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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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검찰 / 박진균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