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반환 박차 - 복잡한 한미 셈법에 안보까지 영향

▲ 현 용산미군기지(왼쪽)와 인천 부평의 미군기지 캠프 마켓 부지(오른쪽)



한국과 미국이 지지부진하게 정체돼 있는 미국기지 반환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두 정부는 오랫동안 폐쇄된 채 방치된 원주와 부평, 동두천에 있는 4곳의 미군기지를 즉각 한국에 반환하고, 오염정화 책임 문제는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용산 미군기지를 한국에 돌려주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도 바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11일 경기도 평택의 미군기지인 험프리스에서 미국과 제200차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개최한 후 임찬우 국무조정실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원단장은 합동 브리핑에서 "한·미 양측은 오염정화 책임·주한미군이 현재 사용중인 기지의 환경관리 방안·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가능성에 대해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 하에 4개 기지 즉시 반환에 합의하고 아울러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절차 개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용산기지의 반환절차 개시에 대한 합의 발표 후 주한미군도 보도자료를 통해“용산기지 반환 절차를 시작했다”며 “가능한 신속히 대한민국 정부로 미군기지를 반환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정부 관계자는“이번 합의는 용산이 과거 외국군대 주둔지로서의 시대를 마감하고,  우리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정부가 공개한 주한미군기지 4곳에 대한 즉시 반환 합의는 2009∼2011년 시작된 양국 협의의 오랜 결과물이다.  서울 용산기지가 미군에 공여된 지 67년 만에 반환 절차가 시작되는 것이며, 이는 용산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한 지 14년 만이다.

장기간 진통을 겪던 기지 반환 협의에 첫발을 뗀 것이지만 향후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양국은 복잡한 책임 문제로 인해  용산기지뿐 아니라 반환 기지 4곳에 대한 오염 정화 비용을 분담하는 사안에 대해 명확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번 합의에서도 역시 양국은 1100여억원의 기지 내 환경 정화 비용을 어느 측이 부담할지는 명시하지 못했다.

이날 정부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정부합동 브리핑을 갖고 공개한 미군 기지 4곳은 캠프 마켓(인천 부평),  캠프 롱(강원 원주), 캠프 이글(〃 〃) 캠프 호비(경기 동두천) 등이다. 캠프 롱, 캠프 이글, 캠프 호비는 2010년부터, 마켓은 2011년부터 반환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모두 정화 기준 및 책임에 대한 미국 측과의 이견 때문에 그간 반환이 이뤄지지 못했다.


반환 기지 4곳의 오염 정화 비용은 캠프 마켓 848억원, 캠프 롱 200억원, 캠프 호비 72억원, 캠프 이글 2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천문학적 오염 정화 비용의 책임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환 작업을 서두르는 이유로
계속 공전만 할 경우 용산공원 조성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으며, 이는 중부에게도 막대한 부담으로 서게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특히 이날 반환 완료된 강원도 원주 캠프 롱과 이글, 인천 부평 캠프 마켓, 경기도 동두천 캠프 호비 쉐아사격장 4곳의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경제·사회적 비용뿐 아니라 개발 사업이 지연됨으로써 지역 주민의 불만이 커지고 각 지자체의 재정 부담 역시 높아지고 있었다. 아울러 기지 주변 오염이 확산된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정부는‘선(先)반환·후(後)협의’ 기조 아래, 현실적으로 정화 비용 분담을 하지 않으려는 미국 측과 협상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일단 가능한 한 빠른 반환 절차에 착수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 반환 사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한·미 양측은 오염 정화 책임, 주한미군이 현재 사용 중인 기지의 환경관리 강화 방안, 한국 측에서 제안한 SOFA 관련 문서의 개정 가능성에 대해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 하에 4개 기지 즉시 반환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선 환경 정화 비용을 한국측이 부담한 후 협의를 거쳐 미국 측에서 비용을 받아낸다는 정부 계획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방위비 분담으로 막대한 천문학적 비용을 한국에 가중하고 있고 심지어 북미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군기지의 정화비용 또한 트럼프 정부가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게 전문가 판단이다. 그동안 오염정화비용을 낼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북미의 갈등이 심화되고 지소미아 사태도 완벽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위비 부담을 전적으로 한국 측에 떠넘기려는 트럼프 정부와 첨예한 외교 협상을 전개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미군기지 반환에 따른 비용문제까지 더해져 한·미 간 외교 갈등이 앞으로 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총 80곳의 반환대상 미군기지 중 54곳은 이미 반환받고, 남은 26곳 중 이번에 4곳이 반환되면서 22곳이 반환대상으로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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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백승원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