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 앞두고 돌연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

대법원, 징역 1년 판결 확정


▲ 지난 1월21일, 인천시 부평구 육군 17사단 번개부대에서 열린 새해 첫 입영식에서 신병들이 가족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없음. 



평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의사를 표출한 적 없던 남성이 입영통지서를 받고 자신의 양심에 반(反)한다며 입대를 거부했다가, 대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확정 받았다.


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단을 내릴 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양심은 확고하고 진실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양심의 의미를 정의했다.


◆“총기 소지는 양심에 반(反)해” 주장…法 “평소 신념 표출 없었다” 유죄 판결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받아 들였다고 24일 법원 관계자가 밝혔다.


지난해 11월, 경기도의 한 사단 신병교육대로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받은 A씨는 입대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병역법 제88조는 입영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기피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A씨는 총기 소지가 자신의 양심에 반대된다며 입영 불가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평소 병역거부 신념을 외부로 전혀 표출하지 않다가 이 사건에 이르러서야 병역거부를 주장했다”며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할 활동 사실이 A씨에게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가 비폭력주의자로서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입영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표현했다며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의 결정도 1·2심과 같았다.



◆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자’ 삶 전부에 영향 있어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1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심리·판단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라며 “여기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삶 전부가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며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고 △거짓이 없어야 하며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병역거부자가 깊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도, 신념 관련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든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해당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는지,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며 “피고인의 정식 신도 인정 여부, 피고인이 교리를 숙지·이행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종교 신봉 경위와 실제 활동 기간 등을 판단함과 아울러 피고인의 가정환경과 성장 과정 등 전반적인 삶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 전원합의체는 “이러한 과정에서 형성된 양심은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의 실제 삶으로 표출되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종교적 사유로 병역을 거부했다가 온라인 살상게임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 대해 법원이 내린 무죄판결이 비슷한 맥락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이재경 판사는 지난 23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24)씨와 C(23)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두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종교활동을 성실히 한 점과 학교 생활기록부에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생활 태도가 없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설명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학창시절 살상무기를 쓰는 온라인 게임에 접속했다며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판사는 게임 당시 이들은 성장 중이었으며 현실에서도 폭력 성향을 갖고 있다거나 신념이 가변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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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경찰 / 유풍식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