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방화살인의 주범 안인득(42)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이헌 부장판사)는 27일 살인·현주건조물방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인득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의 피고 안인득은 지난 4월 17일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3일간 국민참여재판을 받았다.

사흘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시민 배심원 9명은 2시간여에 걸친 평의 끝에 8명 사형, 1명 무기징역의 의견으로 안인득이 유죄라는데 전원 동의했다.

이에 배심원 다수의 의견을 반영해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 경위를 살펴보면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참담함을 느끼고, 피고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비극이 일어난 것에 대해 전적으로 피고인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지만 죄를 경감할 사유가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피고가 진지한 참회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재범 위험성이 매우 크다”며 사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조현병 망상으로 범행을 했더라도 범행도구를 사전에 사들여 불길을 피하려 내려오던 아파트 주민들을 흉기로 찔러 5명을 죽이고 4명은 살인미수, 2명은 상해, 11명은 화재로 인한 상해를 준 피해 결과는 매우 중대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삶 자체가 무너져 내리는 등 고통을 감히 가늠하기 힘들다"며 유족들의 극심한 고통도 사형선고를 한 이유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의 비극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제도적 정비가 되길 바란다"는 말로 재판을 끝냈다.

이번 재판에서의 쟁점은 유무죄를 가리는 게 아닌 양형의 문제였다. 변호인 역시 안인득이 처벌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사형만은 면하게 해달라는 취지로 최후변론을 했다.

이에 양형의 쟁점인 조현병 환자의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범행에 대한 판단에 대해, 재판부와 배심원들은 범행 경위와 수단, 범행 전후 행동 등을 종합하여, 안인득이 조현병으로 인하여 사물의 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배심원들은 7명은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2명은 심신미약을 인정한다는 의견을 냈다.

우리나라 형법이 정한 살인죄 형량은 사형이나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다. 이 때 법원이 피고의 심신미약을 인정하면 그 정도에 따라 형량이 낮아지거나 극히 예외적으로 무죄가 될 수도 있다.

안인득은 재판장이 '사형' 주문을 읽자 선고 결과에 불만을 품고 큰소리를 지르다 교도관들에게 끌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