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이어 경찰에서도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오는 피의자ㆍ참고인 등이 언론 앞에 서는 '포토라인'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실무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시행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공개소환 자체가 아예 사라지지는 않아 제한적으로나마 유지될 가능성은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사건 피의자에 대한 공개소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검찰에서 발표했기 때문에 같은 정부 수사기관 내에서 다르게 할 수 없다"면서 "경찰도 기조에 따라 향후 수사에서는 맞춰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에서도 포토라인를 없애겠다는 의미다. 검찰은 지난 4일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에서도 공개소환을 폐지하면 현재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수사 중인 KTㆍ효성 관련 사건부터 적용될 수 있다. KT 경영고문 부정위촉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경찰은 조만간 황창규 KT 회장을 소환할 가능성이 높다. 효성그룹 총수 일가 횡령 의혹과 관련해 조현준 효성 회장의 소환도 점쳐진다. 뿐만 아니라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와 가수 승리(29ㆍ본명 이승현) 수사 등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서도 포토라인이 설치되지 않을 수 있다.

공개소환은 '피의사실공표' 논란의 핵심 사안 중 하나다. 기존에는 검찰이나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ㆍ참고인을 조사하기에 앞서 미리 일정을 알려 언론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해왔다. 그러나 공개소환으로 인해 사건을 재판에 넘기기도 전에 피의자와 피의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서 사건관계인의 기본권 침해가 이뤄지고, 형법의 근간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민 청장의 이번 발언도 이 같은 피의사실공표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의 한 축인 검찰에서 선제적으로 공개소환을 없애겠다고 한 상황에서 경찰만 공개소환을 유지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경찰 실무적 차원에서 공개소환 폐지가 논의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포토라인 폐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향후 대응책을 세우거나 한 것은 없다"면서 "(민 청장이) 일반적인 선에서 앞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을 언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내에서는 피의사실공표 관련 논의가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분을 두고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과 경찰뿐 아니라 해경ㆍ특별사법경찰 등 국내 다양한 수사기관이 있는데, 이를 아우르는 공통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피의사실공표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7월부터 법무부에 지속적으로 협의를 요청하고 있으나 석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별다른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공익적 목적이 큰 경우 제한적으로나마 공개소환이 유지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민 청장은 "아주 엄격한 요건 하에 정말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예외적으로만 인정해야 하는 것으로 중론이 모아졌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