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진 자영업자 외면하는 코로나19 지원금 - 빚 있으면 혼자 해결

▲ 코로나19로 텅 빈 거리. 자영업자 사실 상 개점 휴업.



사당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40대)는 지난주 내내 가게를 아내에게 맡겼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가 발표한 자영업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어렵게 몇군데 전화로 상담을 했지만 이미 지원자가 많이 몰렸거나 대상이 안 되는 것 같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했다. 관련 서류를 챙겨 대면창구를 찾아가니 대출금이 많아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답만 들었다. 지난달부터 아르바이트생도 줄이고 아내와 둘이 가게를 운영했다는 김씨는 당장 임대료를 내기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코로나19로 내수경기가 얼어붙으며 자영업이 벼랑 끝에 섰다. 정부가 수십조원대 자금을 풀겠다고 공표했지만 긴급 지원이 필요한 영세 자영업자들은 일선 금융기관에서 퇴짜 맞기 일쑤다. 벼랑 끝에 서 있던 적지 않은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가 종료되기 전 결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빚 많으면 대출 안 돼" 자영업자 '발 동동'


1일 신용보험공단·소상공인시장지원공단 등 일선 금융기관 및 자영업자들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긴급 편성된 정부 지원금이 자영업자들에게 원활히 지원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긴급 수혈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이 이들 기관에 지원해도 기존 대출금이나 낮은 신용등급 등으로 인해 지원 대상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신용보험공단 관계자는 “보증이라든지 대출이라든지 기존에 많을 경우에 한도에 저촉되는 경우가 있다”며 “대상이나 신용평가에서 (대출) 거절이 발생할 수 있지만 최대한 열심히 취급하려고 노력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문의 및 거절 통계는 집계할 수 없는 상태다.


신용보증재단 등 추가대출을 허용하는 곳도 있지만 이 역시 신용등급을 반영한다. 사실상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인 자영업자는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지원금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200억원 지원금이 책정된 소상공인시장지원공단엔 하루 만에 몰려든 신청금액이 900억원을 넘어섰다. 다른 기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선 은행들에도 자영업자 문의가 몰려들어 처리가 늦어지는 상황이다.



■89만원 벌던 자영업자 소득 '반토막'


한국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절벽에 서 있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 자영업자는 2018년부터 600만명을 훌쩍 넘어 역대 최대규모지만, 신고된 소득은 꾸준히 줄어 2018년엔 2016년의 63%밖에 되지 않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그나마도 최근 2년 간 더 줄어들었다. 통계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전국 2인 이상 가구 월별 사업소득은 89만2000원이다. 최저시급의 절반을 조금 넘는 액수로, 역대 최장인 5분기 연속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어려움은 대출로 이어진다. 직업의 저수지로 불리는 치킨집 등 대다수 자영업자가 다른 직군으로 탈출할 길이 없으므로 대출로 최대한 버텨보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9월말 자영업자 대출은 670조6000억원에 이른다. 자영업자 1인당 1억1000만원 이상 빌린 꼴이다. 이 보고서는 '90일 이상 장기 연체차주의 대출비중이 2017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업황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대출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 했다.


연 소득 3000만원 이하 자영업자 44만5000여명이 빌린 금액만도 51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음식점업은 16%를 차지한다.


5년 내 외식업 생존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자영업자가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코로나19에다 추가대출조차 막힌 자영업자들이 사태 종식까지 버틸 수 없으리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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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경찰 / 유풍식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