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투기꾼' 잡는 국토부 조사팀 상설화

'부동산 경찰' 출범



오는 21일 출범하는 국토교통부 부동산 상설 조사팀이 ‘전국구 부동산 투기꾼’을 단속하는 사실상 ‘부동산 경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거래 신고와 관련된 조사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맡았지만, 앞으로는 주택정책 담당부처인 국토부가 중요 사안을 직접 조사하고, 필요시 수사까지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다음달 21일부터 부동산 상설 조사팀이 출범해 불법전매와 실거래 신고법 위반 등 주택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직접 수사와 조사에 착수한다. 조사팀 신설은 국토부에 부동산 거래 신고 내용 등을 조사할 권한을 부여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내달 21일 시행되는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번에 신설되는 부동산 상설 조사팀은 각 지자체의 부동산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의 수사를 조율하면서, 전국 여러 지역에서 시장질서를 해치는 전국구 투기꾼에 대한 추적과 직접 수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15명 내외로 구성되는 상설 부동산 조사팀을 구성하고 세종청사 내부에 사무실도 연다.
부동산 조사팀의 주요 조사·수사 대상은 불법 전매와 청약통장 거래, 무자격·무등록 중개, 주택 구매 자금 조달 과정의 증여세·상속세 탈루 등이다.
국토부는 기존에 지정된 부처 내 부동산 특사경 6명 외에 추가로 특사경을 지정해 증원하고,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에서도 직원을 파견 받는다. 이를 통해 국토부는 부동산 조사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전까지는 부동산 구매 자금 조달 과장에서 탈세가 감지되면 국토부가 국세청에 통보하고 이를 국세청이 다시 조사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지만, 이제는 상설 조사팀에 파견된 국세청 직원들이 바로 필요한 대응을 할 수 있다.
국토부 특사경은 지금까지는 제도 운용 등 고유 업무를 하면서 필요한 경우 수사에도 참여했다면, 앞으로 만들어질 상설 조사팀에서는 오로지 수사 업무만 수행하게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사실상 국토부 내에 부동산 범죄를 수사하는 작은 경찰 조직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 부동산 조사팀은 주로 여러 지방을 오가며 불법전매나 청약통장 거래 등 투기를 저지르는 전국구 투기 세력에 조사와 수사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조사팀은 시장 과열지역에 대해 자금조달계획서를 정밀 분석하면서, 주택 구입 자금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는 탈세 등 불법을 찾아내고 부정 대출도 가려내게 된다. 또 고가 주택에 대한 자금 출처를 꼼꼼히 분석해, 문제가 있는 거래는 차단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와 비슷한 효과를 거두겠다는 의도다.
조사팀은 조사나 수사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관련 기관에 요청해 받아볼 수 있는 권한도 부여받았다. 한국감정원에도 국토부 상설 조사팀을 보조해 각종 통계 분석과 시장 감시 등의 역할을 맡는 40명 규모의 전담 조직이 신설된다. 조직은 감정원 지사의 기존 인력 30명에 본사 인력 10명이 충원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부동산 신고 요건도 까다로워진다. 우선 내달 21일부터는 실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일 60일 이내에서 30일 내로 단축된다. 이는 부동산 통계의 왜곡을 막고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정 발생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 거래를 신고한 이후 계약이 취소될 경우에도 이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이는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자전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자전거래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시기에 호가를 올리기 위해 시장 상황보다 고가에 주택 매매가 이뤄졌다고 허위 신고하는 행위다.
3월 중순부터는 부동산 구매 자금조달계획서 내용이 대폭 보강되고, 투기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 매수자는 계획서 내용을 증빙할 서류도 직접 제출해야 한다. 주택 구매 자금 중 증여받은 돈이 있다면 누구로부터 증여받았는지 밝혀야 하고 자금을 지급할 때 계좌이체 대신 현금을 줬다면 왜 굳이 그렇게 했는지 이유를 소명해야 하는 등 신고서 내용이 매우 깐깐해진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도 기존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에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주택과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으로 확대된다. 강화된 자금조달계획서는 상설 조사팀의 조사 역량을 훨씬 높여줄 수 있는 수단이 될 전망이다.
<박영호 기자>

<저작권자 ⓒ 치안경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률 검찰 / 박진균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