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두 번째 인재영입이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달 29일 입당한 원종건(27)씨가 데이트폭력 논란에 휩싸인 지 하루 만에 “총선 영입인재 자격을 스스로 당에 반납하겠다”고 28일 밝혔다. 영입 한 달(30일)만이자,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지 5일 만이다.
원씨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27일) 자신에 대해 올라온 미투 폭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분별없이 살지 않았다.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려 참담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출마 선언은 철회했다. “논란이 된 것 자체로 죄송하다”며 “남들 이상의 주목과 관심을 받게 된 이상 엄중한 책임과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게 합당할 것 같다”고 밝혔다. 폭로 당사자인 전 여자친구를 일컬어 “한때 사랑했던 여성”이라고도 했다. 그는 “함께했던 과거에 대해 이제라도 함께 고통받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자신을 “(원씨의) 과거 여자친구”라고 소개한 한 여성이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린 지 18시간 만에 나온 입장 발표였다. 해당 여성은 원씨가 자신을 “지속적으로 성노리개 취급해왔고, 여혐(여성 혐오)과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가하는 정서적 학대)으로 괴롭혀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논란이 불거지자마자 원씨를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7일 저녁 원씨가 가지고 있는 (여성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지도부와) 공유했는데 여성 측 미투와 다른 맥락의 대화 내용이 다수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원씨에게 직접 출마 포기를 선언하도록 했다. “내게 손 내밀어준 민주당이 선거를 목전에 뒀다”, “진실공방 자체가 (당에) 부담을 드리는 일”이라고 사죄하는 형식을 택했다. “미투 이슈가 지속될 경우 총선판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민주당 당직자)는 우려에서 내린 판단이다.
이날 당 지도부는 원씨 논란에 일제히 함구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당 차원의 유감 표명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사자의 일방적 주장을 들을 수는 없다. 이후에 판단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원씨 관련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이해찬 대표가 이끄는 인재영입위원회가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당대표 비서실장인 김성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전에 알았으면 (영입을) 했겠나”, “둘의 문제니 사적인 영역이다. 이 영역까지는 우리가 염두에 두질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이날 원씨는 예정보다 이른 시간(오전 9시 22분)에 나타나 2분간 입장문을 읽었다. 아무 질문도 받지 않았고, 백브리핑을 위해 기다리는 취재진들을 피해 정문이 아닌 옆문으로 빠져나갔다. 입장부터 퇴장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당초 기자회견을 하려던 시간(9시 30분)에 맞춰 회견장에 온 김성환 의원은 “벌써 갔냐”고 말했다. 원씨가 영입과 출마 선언 때 기자들의 질문을 적극적으로 받았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원씨 입장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미투와 별도로 원종건 사건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정치의 이벤트화’라는 문제”라며 “오직 과거에 TV 방송에 나와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으며,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아무런 검증 없이 경쟁적으로 영입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여성본부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정당들이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무책임하게 모셔오기에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할 때”라는 논평이 나왔다.
<황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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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 이효정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