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일가족 참사 - 또 예고된 인재

▲ 동해 가스폭발 펜션 현장에서 소방차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영상출처 : KBS 재난방송 보도 영상)


동해 한 펜션에서 가스가 폭발해 일가족 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총 9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고 역시 안전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인재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7시 46분께 강원 동해시 어달동의 토바펜션에서 가스 폭발로 인해 일가족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피해 일가족 중 첫째 부부와 셋째 넷째는 사고 현장에서 사망했고, 넷째의 남편(55)은 전신화상을 입고 청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26일 사망했다. 또한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둘째(66)마저 27일 오후 4시 26분께 숨졌다.

이로써 총 사망자는 6명으로 늘었다. 전신 화상을 입은 사촌(66·여)은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사고 당시 1층 횟집을 이용한 30∼40대 남성 부상자 2명은 치료 후 귀가했다.

1남 5녀의 6남매인 이들 일가족은 최근 아들을 잃고 조울증 등을 앓던 셋째 자매를 위로하기 위해 가족 모임을 가졌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경찰서는 2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5개 기관과 함께 1차 합동조사를 실시했고 감식 결과 이번 사고의 원인은 가스폭발로 확인됐다.

사고가 난 건물은 1968년 냉동창고로 지어진 뒤 1999년 2층 일부를 다가구주택으로 용도 변경했으나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 숙박시설인 것으로 밝혀졌다.

27일 경찰과 소방, 동해시 등에 따르면 사고 건물 2층에 개설된 총 8개의 객실 중 6개의 조리시설을 기존 LP가스레인지에서 인덕션으로 교체됐는데 이 중 한 곳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조사 결과 인덕션 교체 후 기존 LP가스배관에서 배관을 막는 마감 플러그가 보이지 않았다며 인덕션으로 교체할 당시 배관을 마무리 하는 작업에 있어 봉인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경찰조사에서 펜션 건물주는 “지난해 11월부터 객실 안에 인덕션을 설치하고 가스 배관도 직접 철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의 목격자들의 진술과 인근 폐쇄회로(CC)에 찍힌 영상 등을 종합하면 약 1~2분 간격으로 두 차례의 폭발이 있었고, 이 중 중 첫 번째가 두 번째보다 폭발음과 불꽃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조사단은 LP가스가 폭발한 후 그 충격과 화재에 따라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부탄가스가 잇달아 터진
연쇄 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경찰은 토바펜션 건물 밖에 설치된 LP가스 용기의 중간 부분에 하얀 '성에'가 낀 이유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LP가스가 새거나 누출이 돼 급속하게 기화되면 주변의 열을 빼앗아 가스통에 성에가 생기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동해경찰서는 정확한 사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폭발사고로 숨진 일가족 4명의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한편 이번 사고 펜션이 정식 영업허가를 받지 않은 무등록 업체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지난 2018년 고교생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 펜션 참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허가 숙박업소가 근절되지 않아 예견된‘인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해시는 사고 펜션의 불법영업에 대해 몰랐다면서 "소방당국의 불법 영업 통보는 받았으나 적발 뒤 개선할 수도 있고 해서 일괄적으로 조처하려고 기다렸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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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백승원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