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면 복지 사각지대의 틈은 넓어진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한부모 가정, 학교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 노숙인 등 고용 취약계층은 경제적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정부는 이들이 사회복지의 안전망에 들어올 수 있도록 2차 추경을 통해 에너지 바우처 사업을 증액하고, 결식 아동급식비 지원 예산을 늘리는 한편, 촘촘한 맞춤형 백신 접종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침이다.
◆ 에너지 바우처
지난해 5월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아이 셋과 함께 남겨진 최미향(가명·48) 씨에게 삶의 희망은 없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단기 일자리 마저 잃었고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극심한 생활고에 모든 것을 내려 놓으려던 순간, 차가운 방에서 덜덜 떠는 세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차가운 물에 세수·양치만 겨우 하고, 가스를 사용하지 못해 전자레인지에 인스턴트 음식을 데워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 최 씨의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너무도 처참했지만 동시에 최 씨가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최 씨는 “당장 전기료, 가스요금부터 해결해야 했는데, 행정복지센터에서 안내해준 ‘에너지 바우처’가 도움이 됐다”며 “아이들이 겨울에 온수를 쓰고, 여름엔 선풍기 바람이라도 편하게 쐬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전했다.
에너지바우처가 최 씨처럼 힘든 상황 속에 놓인 이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산업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소득이 감소한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차 추경을 통해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증액(218억원)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전면 폐지돼 바우처 지급 대상으로 신규 추가된 18만 7000가구에 대한 냉·난방비용 지원이 가능해졌다.
이에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생계·의료급여(중위소득 40% 이하) 수급자 중 노인, 장애인, 영유아, 임산부, 중증·희귀·중증난치성질환자,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정(가정위탁보호 아동 포함)은 에너지 바우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원 금액은 주민등록상 가구원 수에 따라 하절기, 동절기로 나눠 차등 지급된다. 최 씨처럼 4인 가족일 경우 하절기는 1만 5000원, 동절기에는 17만 6000원을 받을 수 있다.
에너지 바우처 사용은 하절기의 경우 7월 1일 부터 9월 30일까지, 동절기는 10월 6일부터 2022년 4월 30일까지 사용 가능하다. 신청은 주민등록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거나 복지로(http://online.bokjiro.go.kr)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바우처를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거나, 이 제도의 혜택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결식아동 급식비
지난해 부모님 이혼으로 할머니 집에 맡겨진 김경식(가명·12) 군은 최근 몸무게가 5kg이나 빠졌다. 학교에 갈 때는 급식을 통해 끼니를 해결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학습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점심을 부실하게 먹거나 아예 굶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할머니마저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김 군은 인근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많아졌다.
김 군은 “할머니는 하루종일 누워계시고, 혼자서 밥을 먹는것도 힘들어서 이틀에 한번 꼴로 굶었던 것 같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지역아동센터도 못가고, 친구들도 못 만나니 허기질 때만 편의점으로 달려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김 군처럼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자 정부가 2차 추경을 통해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비 300억원을 한시적으로 확보했다. 이에따라 약 8만 6000명의 결식아동이 3개월간(매달 20일씩) 하루 5800원의 식대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지원대상은 결식우려가 있는 수급자·차상위·한부모가정 등의 아동, 결식이 발견 또는 우려되는 아동, 아동복지프로그램 이용 아동(지역아동센터, 복지관) 등이다.
신청방법은 온라인(복지로), 읍면동 주민센터 직접방문 및 전화, 전자우편, 우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청 가능하다.
대구 달서구 신당동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너무 반갑고 환영할 소식”이라며 “아동센터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지원금을 받아 분식집에라도 가서 마음껏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접종 사각지대 예방접종
코로나19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이 강화되면서 방역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방역수칙을 지키기 어려운 발달장애인과 코로나19 감염시 중증 진행 위험이 높은 심장·간 관련 장애인 등 소외계층이 바로 그들이다.
정부는 사회적·신체적 제약으로 인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참여하기 어려운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맞춤형 접종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발달장애인 등은 26일부터 예방접종센터와 위탁의료기관에서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맞는다. 사전 예약은 지난 5일부터 콜센터(☎1339·지자체)와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홈페이지, 보건소 방문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또 중증질환으로 의료기관에 입원 중이거나 항암치료를 위해 수시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와 이들의 보호자, 간병인 등에 대해서는 치료받는 병원에서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의료기관 자율접종은 8월 중 시작되고 환자와 보호자, 간병인 등은 mRNA 백신을 맞는다.
밀접·밀집·밀폐된 ‘3밀’ 환경이나 장기간 선상에서 생활해 코로나19 집단발생 위험이 높은 국제항해 종사자 약 1만명에 대해서도 8월 중 접종이 시작된다.
이들은 대부분 필수 활동 목적 출국에 해당해 예방접종을 시행 중이나, 일부는 주로 선상에서 생활하며 국내 체류기간이 짧아 사전예약이 어렵거나 접종일정을 지키지 못해 접종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따라 선원수첩 및 고용계약서를 부산·인천·여수·목포 등 지정 보건소에 제시하면 사전예약 없이도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제항해는 장기간 소요돼 2차 접종 일정에 귀국하기 어려운 만큼 1회 접종만 해도 되는 얀센 백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mRNA 백신도 이용하기로 했다.
얀센 백신은 보건소에서 신청 즉시 접종을 받을 수 있고 mRNA 백신은 사전 예약한 뒤 예방접종센터에서 맞는다.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된 노숙인, 입국 이력이 없어 일반 국민 사전예약시 예약이 불가능한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접종도 시작된다.
대상자가 보건소를 찾으면 현장 등록을 통해 임시번호를 발급해 준다. 백신은 신변이 불확실해 2차 접종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얀센 백신을 주로 활용할 예정이고 mRNA 백신도 사용할 계획이다.
앞서 접종을 받았던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의 신규 입원·입소자·종사자와 60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미접종자도 우선 접종을 받는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은 3분기 36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무리한 뒤 4분기부터는 미접종자 전원에 대해 재접종 기회를 준다.
또 임신부와 소아·청소년에 대해서도 4분기 접종을 목표로 계획 수립을 추진 중이며, 추가 접종(부스터샷)에 대해서도 4분기 시행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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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이병식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