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처분 논란…시민단체 반발
전북 익산 오리온 공장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것과 관련, 고용노동부가 부당한 지시와 성희롱을 일부 확인하고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해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은 오리온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직원 A씨가 남긴 유서 내용을 조사한 뒤 최근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익산지청은 조사 과정에서 숨진 A씨만의 잘못이 아닌데도 관리자가 그에게만 시말서를 쓰라고 부당한 지시를 내리거나 성희롱을 한 사실을 일부 확인했으나 기소 불가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지청 관계자는 "구체적 조사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성희롱 등 사실이 일부 인정됐다"며 "하지만 처벌 가능한 조항이 없다고 판단해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형사적 처벌보다 사업장의 문제를 파악해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용자 측에 개선 지도를 했다"고 덧붙였다.
익산지청의 이같은 결정에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사망 사건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은 "허울뿐인 법"이라며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시민사회모임은 이날 오리온 익산 3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는 회사 측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면서도 처벌은 할 수 없다며 손을 씻은 셈"이라며 "구멍 투성이 법제도 속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의 상처만 남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노동자가 괴롭힘과 성희롱 피해를 보더라도 신고하기 쉽지 않다"며 "고용노동부와 정치권은 괴롭힘이 인정되더라도 변변한 처벌 조항이 없는 법 제도의 한계를 인지하고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모임은 오리온 회사측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들은 "오리온은 여전히 A씨의 죽음이 개인적 죽음에 불과하다고 한다"며 "고용노동부가 부당 지시 등을 일부 인정한 만큼 지금이라도 유가족에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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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검찰 / 박진균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