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듬고 나누고 응원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에 큰 힘
관객없는 무관중 실시간 공연·후원금 모아 예술계와 상생협력
“문 안 닫고 이렇게 영업 할 수 있게 힘을 모아주시는데, 포기하지 않고 힘 낼겁니다.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나네요.”
세종시 한솔동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양성순 씨에게 14만50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세종맘카페’는 한줄기 빛이었다.
손님이 끊겨 재료 소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세종맘카페가 잠시라도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우산을 내어줬기 때문이다.
세종맘카페는 지난달 25일부터 세종지역 자영업자들이 판매 홍보글을 올릴 수 있도록 세종라이프 카페를 개설하고 ‘지역상권돕기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상인들이 제품 사진과 간단한 소개글을 적어 홍보하면 글을 보고 주문을 하거나 후기를 남기는 식이다.
양 씨는 홍보글 게시 후 매출이 10% 가량 오르는 효과를 봤다.
지난달 25일부터 ‘세종라이프’를 통해 게시된 홍보글은 양 씨 글을 포함해 60여건으로 건당 조회수가 300~2000여건에 달한다. 댓글은 주문부터 힘든 자영업자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선플이 대다수다.
‘남편이 수고 하시는데 거스름돈 안받으려 하다가 깜빡하고 받아 버렸다’는 한 댓글에 분식집 주인은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주문 주신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며 감사를 표했다.
세종맘카페를 운영하는 정연숙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세종지역 음식점에 손님이 없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무겁고 안타까웠던 차에 한 회원이 아이디어를 주셨다”며 “이 캠페인을 통해 지역상인들이 소비자와 상생하면서 위기를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영업자와 영세상인들의 어려움을 분담하며 상생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근 한밭협동조합연합회 동구지회와 대전 동구는 중앙시장 상인들에게 수제 천 마스크 제작 주문을 의뢰했다.
바느질 솜씨가 좋은 한복, 이불, 수선집을 운영하는 상인들이 이용객 감소로 생계를 위협받을 지경에 놓이자 민관이 머리를 맞대 상인들에게 일거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
김경숙 한밭협동조합연합회 동구지회장은 “면 마스크를 정부에서도 권하고 있고, 바느질 전문가들이 만들면 최단 기간에 빨리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경제 살리기에도 보탬이 될까 싶어서 아이디어를 내게 됐다”면서 “이런 비상시국에서는 민관이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이 많이 만들어 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시장 상인 100여명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바느질 작업에 들어가 나흘만에 2만5000매의 천 마스크를 제작해 동구에 납품했다. 이 마스크는 사회적 약자와 현장 업무를 수행하는 근무자 등에게 우선 배부될 예정이다.
중앙시장에서 수제공방을 운영하는 이미경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의 90%가 감소해 임대료를 어떻게 내야 하나 막막했는데,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며 “힘든 시기에 상인들을 외면하지 않고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문화예술계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2일부터 이달말까지 대구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DAC on 라이브-힘내요! 대구, 희망을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무관중 공연을 개최하고 있다.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로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예술인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주말을 제외한 평일 오후 12시 30분부터 문예회관 공식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는 지역 예술인들이 중심이 된 서양음악, 국악, 댄스 등의 공연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방역을 위해 출연진들은 5명을 넘지 않되, 부부가 지역 예술인이거나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에 소속된 예술가들을 우선적으로 섭외 대상으로 삼았다.
최현묵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예술가들은 무대에 섰을때 존재감이 있고, 활동을 하지 않으면 경제적 수익이 없어 이 두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다 무관중 공연을 하게 됐다”며 “대구를 시작으로 부산, 경기, 서울 지역에서도 이와같은 움직임이 있는만큼 무관중 공연이 위축됐던 예술활동의 새로운 기제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지역 연극계 역시 그 어느때보다 힘든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무대가 멈추고 관객들도 발길을 끊은지 오래다. 어렵게 제작한 연극이 기약없이 미뤄질 때마다 극단 대표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이인복 대전 아신극장 대표는 최근 지역민들이 내민 따뜻한 손길에 다시금 힘을 얻었다. 공연이 없는 월요일마다 지역 직장인(직장인 연극 동호회 플레이)들이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무대와 연습실을 내어줬을 뿐인데,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기자”며 후원금을 보내온 것이다.
이 대표는 “흥행하던 연극은 도중에 멈췄고,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며 “극장이 우산처럼 버텨줘야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극을 할 수 있다며 힘을 주는데 큰 위로가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한민국 국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온정의 손길은 뻗치고, 어려움은 함께 나누며 ‘상생 백신’이라는 이름으로 코로나19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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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 박수진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