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언론, 정보의 투명한 공개·검사 방식 효율성 등 호평
파라독스, 전염병 확산을 막고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검사를 많이 하면 할수록 확진자는 많아진다. 방역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노력이 평가를 받기보다 비판이 확대되고 한국인에 대한 입국 거부는 늘고 있고 한국 정부의 정치적 부담도 증가한다.
이런 검사횟수와 확진자 간의 상관관계를 알지 못하는 독일의 동료들은 한국의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깊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전에 만난 한 독일 의학자는 한국의 대처와는 상반된 국가들을 언급하며 “검사에 소극적인 국가들은 코로나19 증세가 독감증세와 유사하므로 확진자를 가려내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사태가 진정된다면 방역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회피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한국 정부는 코로나19를 해결하는 ‘가장 빠르지만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일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는 유럽의 언론들도 한국 상황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한국 상황에 대한 보도 관점이 한국 국내 언론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 언론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마스크 대란’ ‘입국 거부’ ‘한국 고립’ ‘중국 봉쇄’ 등 부정적인 재난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독일 언론은 이러한 난관을 해결해 나가는 한국의 긍정적 측면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예를 들어 독일 제2 공영방송 ZDF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특정 지역을 극단적으로 봉쇄하기보다는 국민의 개인 방역에 호소하는 한국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정보의 투명한 공개로 신뢰를 높이고 있다고 평했으며, 제1 공영방송 ARD는 한국이 개발한 드라이브 스루와 같은 검사방식의 효율성을 극찬했다.
실제로 한국을 모범삼아 3월 8일 현재 확진자가 900명에 이르고 있는 독일은 감염자가 늘고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헤센주 등에서 지난 주부터 한국과 유사한 검사 방식인 드라이브인 검사소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BBC에 따르면 영국도 두 주 전부터 여러 곳에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가 설치되었다.
한국 정부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유증상자 및 확진자와의 밀접 접촉자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조사는 일본도 미국도 독일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지난달 28일 독일의 저명한 바이러스학자는 한 공영방송 토론에서 “독일 내에도 드러나지 않은 감염자가 많을 수 있다”며 “한국처럼 유증상자(예를 들어 독감 환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으나 이를 무시당했다”고 언급했다.
방역 체계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미국은 차치하고라도 방역 의학이 유럽 최고 수준이며 하루 1만 6000명을 검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가진 독일은 왜 전수 조사를 수용하지 않을까?
유럽 최대 재정 흑자국, 의료보험 흑자 국가인 독일이 재정 부담으로 인해 이러한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보다는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확진자에 대한 정치적, 외교적 부담과 혹시라도 일어날 패닉 때문은 아닐까?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려면 전염 초기의 전수조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모든 의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정치적 책임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실시 여부에 대한 결정과 이로인한 결과는 오로지 정부의 몫이다.
가까운 예로 모래 속에 머리를 박은 타조처럼 선뜻 검사를 실행하지 못하고 국민을 위험 속으로 몰아넣는 일본의 선택과 당장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확진자를 찾아내 방역에 힘쓰는 한국 중 누가 국민을 위한 선택을 한 걸까?
당장은 격리다 입국 제한이다 뭐다 해서 불편함이 있겠지만, 결국에는 한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 더 먼저 청정국이 될 거라 믿는다.
지금은 각자의 위치에서 비난 보다는 응원과 지지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욕 먹을 수 밖에 없는 길, 그러나 해외에서도 호평받는 진정성의 길. 한국은 그 길에 발걸음을 묵묵히 내딛고 있다.
“한국이 위기를 넘긴다면 세계의 본보기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
참고로 코로나19와 관련한 한국의 대처를 소개한 독일 언론의 주요 보도 사례를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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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백승원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