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리핀 FTA 정식 서명…자동차·가공식품·농수산물 ‘수혜’

내년 상반기 발효 목표로 국회 비준 절차…우리의 FTA 체결 59개국 22건

한국과 필리핀 간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선언 후 1년 10개월여 만에 정식 서명이 이뤄졌다.


FTA 발효 시 한국산 내연 자동차는 즉시,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5년 내 관세가 철폐돼 필리핀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알프레도 에스피노사 파스쿠알(Alfredo Espinosa Pascual)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과 FTA 협정에 정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은 9월 7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한-필리핀 정상회담 및 FTA 서명식을 가졌다.(사진=대통령실)


이번 서명으로 우리나라는 전세계 59개국과 22건의 FTA를 체결했다. 아세안 회원국으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비롯해 주로 다자간 FTA를 맺어온 필리핀으로선 우리가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양자 간 FTA 체결이다.


필리핀은 인구 1억 1000만 명(세계 12위, 아세안국가 중 2위), 소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70%에 이르는 소비 잠재력을 지닌 나라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교역은 175억 달러로 아세안 국가 중 우리나라 5위 교역국이다. 이 중 수출이 123억 달러로 아세안 국가 중 3위, 수입이 52억 달러이다.


또한 필리핀은 우리나라가 10대 전략 핵심광물로 지정한 니켈, 코발트 등의 매장량이 풍부한 자원 부국으로서 향후 협력을 확대할 가치와 잠재력이 매우 크다.


기존 한-아세안 FTA, RCEP에 이은 이번 한-필리핀 FTA 체결을 통해 우리는 필리핀에 대해 최종적으로 전체 품목 중 94.8%, 필리핀은 우리나라에 대해 96.5%의 관세를 철폐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개방을 달성했다.


한-필리핀 FTA의 주요 수혜 품목으로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이 꼽힌다. 필리핀은 아세안 국가 중 자동차 수입 1위 국가로, 2022년 기준 필리핀 내 브랜드별 시장점유율은 일본 82.5%, 미국 7.0%, 중국 6.4%, 한국 2.5% 순으로 일본 브랜드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다. 일본은 필리핀과 체결한 경제동반자협정(EPA)을 통해 승용차(관세율 20%)를 제외한 화물차 등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가 0%로 낮춰진 상태이다.


이번 한-필리핀 FTA 체결로 한국산 자동차(기존 관세율 5%)는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고, 자동차 부품(3~30%)은 최대 5년내 관세가 철폐돼 필리핀 자동차 시장에서 주요국 대비 경쟁력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필리핀의 경제성장(2022년 6.5%)과 함께 향후 잠재력이 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기존 관세율 5%)도 5년내 관세가 철폐된다.


이밖에 가공식품(5~10%), 인삼(5%), 고추(5%), 배(7%), 고등어(5%) 등의 15년 관세철폐로 한류와 함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우리 주요 농·수산물의 필리핀 시장 수출 기반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우리측 민감 품목인 농수임산물에 대해서는 대부분 기체결 FTA인 한-아세안 FTA와 RCEP 등 범위 내에서 양허하여 기존 개방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필리핀 관심 품목인 바나나(30%)는 5년 관세 철폐로 개방하되, 수입이 급증하지 않도록 농산물 세이프가드 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양국은 한-필리핀 FTA 내 경제기술협력 협정문을 도입하고 세부 사항을 규정한 이행약정을 별도로 마련해 백신·기후변화·문화 등 분야를 포함한 미래지향적 경제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헬스케어, 희소금속 가공, 혁신 생태계, 문화 산업, 영화, 전자상거래, 지식재산권 등 유망 전략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통해 호혜적인 협력 논의를 진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산업부는 “양국 국민과 기업들이 혜택을 조속히 누릴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 한-필리핀 FTA 발효를 목표로 국회 비준 동의 등 절차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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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영무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