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력저하 우려 백신은 수거
방역당국이 배송 운송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사업용 백신에 대해 품질검사를 한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0℃ 미만 조건에 노출된 것이 확인된 백신 약 27만 도즈와 운송과정에서 콜드체인에 이상이 있던 것으로 파악된 총 48만 도즈는 수거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은 품질검사 결과에 대한 예방접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오는 12일부터 나머지 491만 도즈의 접종을 재개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 조사 및 품질검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월 21일 공급 중단된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해 유통조사와 품질평가를 실시했다.
백신의 품질과 사용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백신 유통 과정에서 기준온도(2∼8℃)가 얼마나 유지되었는지 콜드체인을 조사하고 배송된 백신은 안전하고 유효한지 품질을 검사했으며 공급된 백신이 어떤 온도에서 얼마나 오래 품질을 유지하는지 안정성 시험을 실시했다.
먼저 백신의 보관, 권역별 배분, 운송과정에서의 콜드체인 유지여부에 대한 조사는 9월 10∼9월 21일 전국 17개 시·도, 약 1만 1808개의 접종기관(보건소 및 의료기관)에 공급된 백신 물량 총 539만도즈를 대상으로 했다. 당초 9월 21일까지 공급 예정이었던 578만도즈 중 공급 중단 조치에 따라 배송되지 않은 39만도즈는 제외했다.
정부 조달 인플루엔자 백신은 제조·수입사에서 조달 계약 업체인 ㈜신성약품과 디엘팜(컨소시엄 업체)으로 출하된 후 계약업체 냉장창고에서 1톤 냉장차량으로 접종기관에 배송되거나, 11톤 냉장트럭을 통해 물류센터 등 거점으로 이동, 1톤 냉장트럭으로 분배돼 접종기관으로 배송되는 체계다.
조사결과 우선 신성약품·디엘팜에서의 보관 과정은 적정온도(2~8℃)가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권역별 배분과정은 수도권·강원·충청지역은 신성약품 등으로부터 1톤 냉장차량이 직접 의료기관·보건소에 배송했으며, 호남·영남·제주는 11톤 차량이 권역별로 백신을 운송한 후 해당 지역에서 1톤 차량으로 배분을 거쳐 의료기관·보건소에 배송했다.
이 과정에서 호남지역으로 이동한 일부 11톤 차량이 야외 주차장 바닥에 백신을 내려두고 1톤 차량으로 배분한 사실이 확인됐다. 영남 및 제주로 이동한 11톤 차량은 물류센터에서 팔레트를 이용하거나 차량 간 문을 맞대고 1톤 차량으로 배분했다.
운송과정의 온도 유지 여부는 회사가 제출한 각 차량의 온도기록지를 검토해 확인했다. 해당기간 1톤·11톤 차량의 운송횟수는 391회이며 잠시라도 2~8℃를 벗어난 운송회수는 196회이다. WHO에서도 백신 유통 중 단기간의 온도일탈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예상 가능한 노출을 반영한 안정성 시험을 권고하고 있다.
기준을 벗어난 운송시간의 평균은 88분이며, 최고온도 평균은 14.4℃(11톤) 및 11.8℃(1톤), 최저온도 평균은 1.1℃(11톤) 및 0.8℃(1톤)로 확인됐고 일부 차량은 운송 중에 일부 시간이 0℃ 미만 온도로 내려간 사례도 확인됐다.
기준을 벗어난 운송시간은 11톤과 1톤 차량의 기록을 합산했을 때 대부분(88%)이 3시간 이내였으나 영남지역 운송 건 하나는 800분간 적정온도를 벗어난 기록이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과정에서 품질 변화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조달계약업체가 공급한 8개 제품(제조7, 수입1)에 대한 품질평가를 실시했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시험 항목은 효과를 확인하는 항원단백질 함량시험, 안전성을 확인하는 발열반응시험 등 총 7~9개 항목이며 시험기간은 무균시험이 14일로 가장 길고 그 외 시험은 항목별로 1일 내지 2일이 소요된다.
식약처는 보건소·의료기관에서 보관 중인 백신을 수거해서 품질을 확인하는 수거검사와, 다양한 온도 조건에서 백신의 품질이 유지되는지를 확인하는 안정성시험으로 품질을 평가했으며 시험에는 총 8개 제품, 78개 제조번호, 1만 2,736도즈의 백신을 사용했다.
제보 내용을 근거로 상온 노출 의심 제품 등에 대해 광주, 전북 전주, 충남 계룡, 서울 양천, 서울 구로 등 5개 지역에서 2품목 750도즈를 수거해 국가출하승인 시 실시하는 전 항목을 검사했으며, 결과는 무균시험을 포함, 전 항목에서 적합했다.
추가로 콜드체인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품질변화가 우려되는 제품에 대해 9개 지역에서 3품목 1350도즈를 수거해서 검사한 결과 시험항목 모두 적합했으며 이 검사에서는 열(온도)에 의해 품질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무균시험은 생략했다.
또한 인천지역 요양병원에서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사망사례와 관련, 해당 병원에 보관 중인 백신 58도즈를 수거해 검사했으며 검사가 진행 중인 무균시험을 제외한 검사항목 모두 적합했다. 무균시험은 오는 14일에 완료될 예정이다.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 요양병원 사망사례는 백신과 연관성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안정성 검사는 제품이 유통과정에서 일시적으로라도 콜드체인을 벗어나 노출될 수 있는 환경들을 고려해 다각적으로 시험조건을 설정했고 그 결과를 콜드체인 조사결과와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시험은 해당 기간 동안의 국내 기온 등을 감안한 25℃ 및 기온조건과 관계없이 예비적으로 37℃ 조건에 일정 시간 백신을 보관한 후 품질 유지여부를 평가하는 것으로 식약처, 제조사, 한국의약품시험연구원이 단독 또는 교차시험을 실시했다.
각 기관의 시험결과를 식약처가 종합 검토한 결과 8품목 모두 25℃, 24시간 조건에서 품질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37℃ 조건에서 8품목 중 5품목은 72시간 이상, 1품목은 48시간 이상 품질이 유지됐으며, 나머지 2품목은 12시간 조건에서 품질에 변화(항원단백질 함량시험, 불용성 미립자시험)가 나타났다. 2품목에 대해 25℃ 조건으로 추가 평가를 실시했으며 12시간, 24시간이 지난 후에도 품질이 유지됐다.
다만 이번 콜드체인 조사결과 37℃ 조건에서 운송된 백신은 없었으며 유통품에 대한 수거검사 결과 항원단백질 함량 및 불용성 미립자 시험 등 모든 시험항목에서 적합했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 조사 및 품질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친 결과, 배송 운송과정에서 노출된 정도와 시간을 고려할 때 백신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백신 효력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일부 백신에 대해서는 수거조치를 하기로 했다.
올해 생산한 백신을 대상으로 안정성 시험을 시행한 결과 모든 제품들은 25℃에서 24시간 동안 품질이 유지됨을 확인했다.
안정성 시험에서 확인한 시간·온도 범위 내에서 유통됐다고 하더라도 유통 과정 중 기준온도(2~8℃)를 초과한 일부 백신을 수거, 품질검사를 시행결과 모두 적합 판정을 받음에 따라 일정시간 상온 노출이 있었지만 백신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결과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거쳐 백신 효력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일부 백신에 대해서는 수거조치를 하기로 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동결될 경우 효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에 따라 운송차량 온도기록지상 0℃미만 조건에 노출된 것이 확인된 일부 물량은 수거 조치할 계획이다. 0℃미만 온도에 일부 시간 노출된 물량은 약 27만 도즈다.
또한 호남 일부 지역에서 백신 상·하차 작업이 야외에서 이뤄지면서 백신이 바닥에 일시 적재되었던 물량(17만 도즈), 적정 온도(2~8℃) 이탈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게 배송된 물량(800분, 2000 도즈), 개별 운송돼 운송 과정에 온도 확인이 되지 않은 물량(3만 도즈) 등 총 48만 도즈에 대해서 조속히 수거, 접종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이 지자체를 통해 파악한 조사 대상 정부조달 물량 접종 사례는 주말 대비 749명 증가한 10월 6일 오후 2시 기준 총 16개 지역 3045건이 확인됐고, 이 중 수거 대상 물량 접종 사례는 총 7개 지역 554건이다.
지금까지 보고된 조사 대상 정부조달 물량 접종자 중 이상반응 사례는 총 12건으로 수거 대상 물량 접종자 중에서는 3건이 해당되며 현재는 모두 증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수거 대상 물량 접종자는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향후 조치에 대해서는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통해 검토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은 “이번 인플루엔자 백신의 유통 과정과 접종기관 관리 문제로 국민들에게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앞으로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사업이 더욱 안전하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개선하며 접종기관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구체적인 계획 수립 후 10월 12일 경 재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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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백승원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