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전두환(89)씨가 27일 오후 광주지법에 다시 섰다. 1년여 만에 법정에 다시 선 전씨는 1980년 5월 광주에서의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자신의 혐의를 끝까지 부인했다.
이날 재판은 오후 1시 57분부터 광주지법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실제로 있었는지와 전씨가 이러한 사실을 명백히 인지하고도 자서전에서 고 조 신부를 의도적으로 비난했는지 여부다. 따라서 일차적으론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다룬 재판이지만, 또 한편으론 당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의 여부를 따지는 재판이기도 하다.
청각 보조장치(헤드셋)를 착용하고 재판에 참여한 전씨는 판사의 진술거부권 고지 후 생년월일과 직업, 거주지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서 부인 이순자씨의 도움을 받기도 했으나, 이어 검사의 공소사실 낭독 뒤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으로 재판을 시작했다.
이어 전씨는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라 반론하며, 그런 무모한 헬기 사격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중위나 대위가 하지 않았음을 믿고 있다"고 거듭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후 전씨는 자신의 법률대리인이 반박 변론을 하는 동안에 팔짱을 낀 채 조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
전씨는 2017년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피력하면서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가 지난 2018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어 2019년 3월 11일 첫 재판에 참석한 후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허가를 받아 줄곧 재판에 참석하지 않고 있었으나, 전임 재판장이 총선출마를 이유로 사직하고 김 부장판사로 바뀌어 이번 재판에 불려나온 것이다.
형사재판은 선고 이전 재판장이 바뀔 경우 피고인에 대한 인정신문과 검사의 공소사실 요지 설명, 이에 대한 변호인 의견 표명 등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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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백승원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