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독자적 작전을 펼칠 부대라는 게 정부 입장이나 이란과의 마찰은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가 21일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독자 파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지 않고, 한국군 단독으로 중동 해역에서 우리 선박과 교민 보호 임무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는 현 중동정세를 고려해 우리 국민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청해부대 파견 지역은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되며, 한국군 지휘 하에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중동 지역에는 약 2만5000명의 우리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는 우리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앞서 이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잇달아 미국을 방문해 청해부대의 ‘독자 파병’ 방침을 전한 뒤 16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최종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이번 정부의 파병 결정에 반드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반기를 들었다. 이에 국방부는 파병이 아닌 '파견'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국회 동의는 필요 없다"고 했다. 청해부대의 파견 지역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로 한정돼 있지만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있기 때문에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해협까지 확대하는 이번 결정에 굳이 국회 동의는 필요 없다는 논리다.
국방부는 미국 국방부에 한국 정부 입장을 설명했으며, 미측은 한국의 결정을 환영하고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이란에 통보했다.
군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결정이 미국의 파병 요구를 수용하는 동시에 이란과의 경제 교류, 장병 안전을 두루 감안한 절충안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그러나 미국의 눈치에 얽매인 결정이란 비판도 만만치 않다. 북한에 개별 관광 허용 방침과 미국과의 방위비협상에 있어 정부가 미국의 심기를 최대한 거스르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동맹이란 이름에 묶여 미국이 만든 충돌 급류에 한국이 특별한 명분 없이 휩쓸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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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백승원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