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헌법재판관, 우리법연구회·민변 출신 일색… 편향적 구성"
與 "헌법전문가 임명 필요… 헌법연구관 구성 다양화도 중요"
여야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여상규) 국정감사에서 '헌법재판관 구성의 다양화'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야당은 9명의 재판관 가운데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나 진보 성향 변호사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아 편향적으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출신이 어떠냐 하는 것보다는 헌법전문가가 헌재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재판관들을 뒷받침하는 헌법연구관의 다양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날 국감에서 "헌재가 좌편향적으로 구성돼 있다"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한국당 주광덕(59·사법연수원 23기) 의원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유남석(62·13기) 헌법재판소장과 문형배(54·18기) 재판관을 비롯해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으로 지목되고 있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김기영(51·22기)·이미선(49·26기) 재판관, 민변 회장 출신인 이석태(66·14기) 재판관 등을 거론하며 "대법원과 헌재 등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이 필요한 재판 담당 기관이 특정 단체나 연구회 출신으로 채워졌는데 이는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박종문(60·16기) 헌재 사무처장에 대해서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일 뿐만 아니라 대권 후보 중 한 사람인 박원순(63·12기) 서울시장이 만든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 출신"이라며 "본인이 처장직을 거절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헌재와 대법원이 민변이나 우리법연구회 출신 일색으로 구성돼 있다보니 청와대의 생각이 바로 헌재에서 결정으로 뒷받침되고 있다"며 자사고·일반고 중복지원 금지 위헌 결정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일부 재판관들이 헌재를 완전히 장악해 앞으로 있을 주요 헌재 결정을 미리 예측할 수 있을 정도"라며 "헌재가 이념화·써클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박 처장은 "특정 단체 회원이 있다는 것만으로 일괄해 보수나 진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전문가가 헌재에 들어와야 한다"며 실질적인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와 함께 헌법연구관 구성의 다양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역대 헌법재판관 중 판사와 검사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헌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람들이 헌재에 재판관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성호(58·18기) 의원도 "재판관 구성 다양화가 필요하지만 변호사 자격이 필요하다는 헌법적 한계가 있다"며 "사회 갈등과 관련된 전문가 등 헌법연구관들이라도 다양화해야 한다. 헌재 스스로 시대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헌법재판관, 헌법연구관의 다양화는 장기적 과제"라며 "헌법연구관 다양화를 위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여야는 이날 본격적인 헌재 국감에 앞서 국감 장소를 헌재 청사로 정한 이유를 놓고도 충돌했다. 법사위는 이날 헌재 국감에 이어 오후에는 국회로 자리를 옮겨 법제처(처장 김형연) 국감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55·25기) 의원은 "박 처장이 '국회에서 헌재 국감을 할 경우 헌재소장이 나올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내용의 메모를 남기고 갔다"며 "헌법기관 중 하나에 불과한 헌재가 최고 국가기관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의 지적에 대해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맞받아쳤다.
박 처장은 "국감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유 소장과 무관하게 제 판단으로 헌재 청사에서 국감을 하는 게 뜻 깊겠다고 생각했다"며 "세련되지 못하게 이런 뜻을 전달한 것은 제 불찰이다. 결코 권위주의적인 인식에서 나온 뜻이 아니었다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해명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헌재의 국선대리인 선임 실적이 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박주민(46·35기) 의원이 헌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헌재의 국선대리인 선임률은 2015년 11.8%, 2016년 13.9%, 2017년 15.2%, 지난해 13.6%, 올해 1~8월 12.8%였다. 그러나 2015년(97%)과 2016년(117%)에는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활용한 반면, 2017년(78%)과 2018년(72%)은 예산의 4분의 3밖에 집행하지 못했고 올해에도 70%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 의원은 "헌재 규칙 개정을 통해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지원대상자, 기초연금수급자, 장애인연금수급자, 북한이탈주민 등 정착지원 보호대상자가 국선대리인 선임 신청권자로 추가된 만큼, 수혜대상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헌재가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도 "청구인의 요청이 없더라도 공익을 위해 직접 국선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공익목적 국선대리인제도가 헌재에 있지만, 지난 10년간 실적이 모두 17건으로 연평균 1.7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처장은 "헌재 규칙 개정에 따라 무자력자 기준 자체를 확대했기 때문에 국선대리인 선임 대상이 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답했다.
여야는 또 이날 국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를 둘러싼 검찰 수사와 관련해 검찰권 행사와 검찰개혁 문제 등을 질의하며 조 장관 관련 공방을 이어갔다.
특히 야당은 이날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인 지난 8월 이미선 재판관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청문회 당시 도움을 줬던 국회의원에게 감사인사를 하라'는 취지로 얘기했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해 "오해를 살 소지가 있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유 소장은 이날 국감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9월 이후 7명의 재판관을 새로 맞이해 지난 4월 새로운 재판부 구성이 완성된 만큼, 안정적인 재판소 운영 기반이 마련됐다"며 "지난 1년 간 낙태, 자사고, 의료기관 1인 1개소 등 가치 대립이 심하거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들을 다루면서 헌법 가치와 정신에 부합하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헌법재판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국선변호인 선임 요건을 완화하고 효율적인 사건 처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미제사건을 점검하는 등 접수된 심판사건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유 소장은 특히 "헌법재판권은 국민이 부여하신 것이고, 국민을 위해 행사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을 통해 헌법을 수호하라는 재판소의 사명도 국민으로부터 온 것이고,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접수된 사건을 통해 들려오는 국민의 목소리가 작든 크든 간에 빠짐없이 귀하게 듣는 재판소가 되겠다"며 "공정하고 중립적인 재판으로 국민 신뢰와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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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백승원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