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간의 성추행 - 3전4기 정치인생 불명예 퇴진

▲ 23일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침울한 표정으로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성 공무원 성추행 혐으로 사퇴했다. 오 시장은 면담 과정에서 5분 간 강제 추행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23일 오전 오거돈 부산시장은 시청 9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오 시장은 "참으로 죄스러운 말씀을 드리게 됐다"며 "부산시장직을 사퇴하고자 한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오 시장은 "5분 정도의 짧은 면담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고,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기자회견 후 피해 여성 측은 이달 초 호출을 받고 집무실에 갔다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공개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 관계자를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업무시간에 업무상 호출로 집무실에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며, "평범했던 직장인의 삶과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렸다"고 심경을 알렸다.

사건 직후 피해 여성은 상담소를 찾아 사실을 알렸고, 이에 오 전 시장 측은 4월 말쯤 사퇴하기로 공증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당은 사퇴 시점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피해 여성은 오 전 시장 측이 먼저 사퇴 시기를 제시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오 시장의 불명예 퇴진에 지역 사회는 물론 정치권도 일제히 요동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성 공무원 성추행 사건으로 오거돈 부산시장이 사퇴한 데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오 시장에 대한 징계절차에 즉각 착수해 제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은 성추행 등 성 비위와 관련한 사건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무관용의 원칙을 지켜왔다"면서 "오 시장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원칙 하에 즉각적인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래통합당은 "여성 인권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민주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성추행 이후 오 시장의 행보는 파렴치를 넘어 끔찍하기까지 하다"며 "회유를 시도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난 2004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첫 도전장을 내민 뒤 2014년까지 시장선거에 3번을 도전해 낙선한 바 있다. 이어 3전4기의 도전으로 2018년 보수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부산시장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취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사퇴로 시정을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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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백승원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